[12월1일 세계에이즈의 날]케냐 국가재난사태 첫 선포

  • 입력 1999년 11월 29일 19시 12분


20세기의 재앙, 에이즈로 아프리카 대륙이 신음하고 있다.

세계 에이즈의 날인 12월 1일을 앞두고 아프리카 케냐 정부는 25일 에이즈바이러스(HIV) 창궐을 ‘국가 재난사태’로 선포했다. 대니얼 아랍 모이 케냐대통령은 이날 “에이즈는 경제발전의 저해요소일 뿐만 아니라 국가존립 자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선포했다.

이에 따라 케냐정부는 범국가적인 에이즈 예방운동을 통괄할 특별기구를 즉각 창설하기로 했으며 내년 1월부터 각급 학교는 의무적으로 에이즈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에이즈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국가 중 에이즈로 인해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케냐에서는 지금까지 76만명이 에이즈로 숨졌으며 총인구 3000만명 중 에이즈 감염자는 6.3%인 190만명에 이른다.

최근들어 사하라사막 이남의 남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사망원인 중 첫번째로 많은 것이 에이즈다. 유엔에이즈계획(UNA IDS)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즈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 1600만명 중 남부 아프리카의 사망자가 86%, 1370만명이나 된다. 또 보균자 3360만명 중 68%, 2300만명이 남부 아프리카 주민이다. 남부 아프리카 일대 성인의 8%가 보균자나 보균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1%도 안된다.

남부 아프리카 주민의 평균수명은 50년대 초 44세에서 90년대 59세로 늘었으나 에이즈가 창궐하면서 10년 내에 45세로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성인의 25%가 에이즈바이러스 보균자인 보츠와나의 평균연령은 38세로 떨어질 전망이다.

에이즈는 아프리카 대륙 외에도 심각하게 번지고 있다. 올해 에이즈 때문에 숨진 세계의 사망자는 사상 최고인 260만명이나 됐다. 에이즈바이러스 보균자의 95%는 가난 때문에 치료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개발도상국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구소련 지역에서는 마약중독자들이 주사기를 돌려가며 쓰는 바람에 2년만에 보균자가 배로 늘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