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기념해 중국이 미국에 선물했던 판다 두 마리 가운데 살아남았던 28세의 ‘싱싱’마저 안락사하자 미국 신문들은 이런 제목의 ‘부음기사’를 실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누군가가 ‘싱싱의 유서’라며 써놓은 글을 싱싱의 보금자리에서 찾아내 29일자에 전문을 게재했다.
기지가 번뜩이는 이 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내가 귀엽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임종을 맞는 지금 항상 귀여움을 받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24시간 귀여움을 받아줘야 하는 기계였다.…내가 처한 정치적 상황에 대한 환상도 없다. 미국이 공산주의자들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의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하는 대가로 나는 여기에 왔다.”
수컷 싱싱은 암컷 ‘링링’과 함께 미국에 왔지만 새끼를 낳지 못했다. 교미조차 싫어해 워싱턴의 국립동물원측은 영국 런던에서 다른 수컷을 잠시 데려오기도 했지만 역시 교미에 실패했다. 이를 두고 유서는 “사실 링링은 내 타입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섯살난 아이들까지 빤히 쳐다보는 앞에서 무슨 일을 벌이겠는가. 만약 대자연의 숲속에서 다른 수컷들의 도전을 받는다면 모를까 여기서는 안된다.”
유서는 “나에게 마지막 희망이 있다면 내가 멸종하는 우리 종(種)의 마지막 판다가 아니길 빈다”는 말로 인간의 판다 사냥을 꼬집으며 끝을 맺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