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반환]마카오-파나마운하 '새천년 새품'

  • 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마카오가 20일 0시 중국에 반환된다. 포르투갈의 땅이 된 지 442년만의 일이다. 이로써 서구열강에 의한 아시아 식민지는 모두 없어진다. 파나마운하 일대의 주권도 31일 정오 파나마에 넘어간다. 96년간의 미국 지배가 끝나는 것이다. 1000년대의 마지막 달인 12월에 이루어지는 이런 역사청산의 의미는 크다. 그러나 주권 문제의 해결을 새 천년으로 넘기는 지역도 남아 있다.》

442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澳門)가 20일 0시 중국 품에 되돌아온다.

바스코 비에이라 마카오총독(59)은 19일 밤 12시 직전 마카오특별행정구 초대 행정장관 에드먼드 호(중국명 허허우화·何厚·44)에게 주권을 공식 이양한다. 중국으로서는 치욕적인 피식민지의 역사를 청산하는 것이며 넓게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세계사에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

중국은 97년7월 홍콩반환 때 못지않게 성대한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대만 흡수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뜻도 담겨 있다. 장쩌민(江澤民)주석과 주룽지(朱鎔基)총리를 비롯해 정부 요인 85명이 대거 행사에 참석한다. 요즘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중국 주요도시와 마카오에는 ‘경축 12·20 주권 회귀’라고 쓰인 현수막과 조형물이 넘쳐난다.

그러나 주민들은 뜻밖에도 담담하다. 홍콩 반환 때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분위기와 다르다. 홍콩 사례에서 보았듯 주권이 반환되더라도 생활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마카오반환 기념품을 만든 베이징의 화얼더(華爾德)투자공사측은 “기념배지 2000만개를 만들었으나 10분의 1도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는 마카오 반환관련사진전이열리고 있으나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마카오는 중국에 넘어가면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차이니스 마카오’로 다시 태어난다. 홍콩과 같은 중국내 특별자치구역으로 앞으로 50년간 남게 된다.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실험장소인 것이다.

마카오의 정치적 장래는 순탄할 전망이다. 중국과 포르투갈간의 반환협상은 순조로웠다. 마카오정부는 80년대 중반 이후 ‘공무원 현지화’를 추진해 7개부처 1만7000여명 중 98%가 한족 혹은 매카니스(포르투갈와 한족의 혼혈인종)로 채워졌다. 포르투갈인 공무원은 한 때 1000명이 넘었으나 이제 20명에 불과하다. 입법 사법부 구성도 순조롭다.

중국은 마카오와 광둥(廣東)성 서부 전자공업지역을 한데 묶어 획기적인 발전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79년 중국경제가 개방된 이래 마카오와 본토사이 무역액은 매년 17%씩 늘어왔다.

신생 ‘차이니스 마카오’는 고민거리도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도박산업과 여기에 기생하는 범죄조직 처리 때문이다.

트라이어드(三合會) 등 범죄조직에 대해서는 기업활동 보장을 위해 단속이 강화될 전망이다.

마카오는 이제까지 외환과 금의 거래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외화예금에 대한 이자소득세도 부과하지 않았으며 술 담배 자동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차이니스 마카오’가 이런 정책을 고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번창했던 ‘식민도시 마카오’가 ‘중국의 국제도시’로도 여전히 번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금세기 마지막날 정오 파나마운하도 반환된다▼

이달말 중남미 파나마에서는 또 하나의 역사적 반환식이 펼쳐진다.

77년 체결된 반환협정에 따라 12월31일 낮 12시 파나마운하의 관리권이 미국에서 파나마로 완전히 넘어가는 것. 이에 앞서 11월 30일 미군의 마지막 남은 기지였던 포트 클레이튼기지가 폐쇄됐다.

파나마운하 반환은 파나마가 90여년간의 미국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상징한다. 또 국내총생산(GDP) 90억달러인 파나마로서 매년 들어오게 된 운하 통과세 수입 7억5000달러는 큰 돈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운하 일대를 지배하게 된 것은 1903년. 당시 콜롬비아의 한 주였던 파나마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 독립국가를 형성했으나 대신 영토의 약 5%(7만8000㎢)인 운하 일대 땅을 미국에 영구 조차지로 넘겼다.

프랑스가 1879년 시작했으나 자금난으로 중단한 파나마운하 건설공사는 1914년 미국에 의해 마무리됐다.

파나마에서는 점차 반환요구가 커졌으며 64년에는 폭동이 일어났다. 68년 쿠데타로 집권한 오마르 토리호스 파나마대통령은 미국측에 끈질기게 반환을 요구한 끝에 77년 반환협정을 맺기에 이르렀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옛 제국주의국가 아직도 60여곳 식민통치▼

제국주의의 산물인 식민지는 새 천년을 맞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포르투갈을 빼더라도 지구상의 60여개 지역이 식민지나 자치령 등의 형태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8개국의 직간접적인 지배하에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식민지를 갖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로 남미 기아나와 남태평양의 폴리네시아 등 16곳이다. 영국은 대서양의 버뮤다, 스페인 남부의 지브롤터, 카리브해의 버진아일랜드 등 15곳을 갖고 있다. 미국은 괌 사모아 등 14곳, 노르웨이는 3곳,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각각 2곳을 갖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각각 6곳과 3곳에서 식민통치를 하고 있다.

식민지나 자치령 중 당장 독립할 가능성이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대부분 종주국 내 ‘잔류’를 결정한 탓이다. 종주국들도 국방 외교 등 일부 권한을 제외하고는 광범한 자치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 요구가 아주 없지는 않다.

120개 섬으로 구성된 폴리네시아는 58년 주민투표를 통해 잔류가 결정됐지만 원주민인 마오리족 일부는 여전히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는 84년 자치권을 부여받은 후 지난해 협정을 통해 2013년까지 독립논의를 유보하기로 했다.

지중해의 관문 지브롤터는 영국이 과거 스페인으로부터 넘겨받았던 곳으로 스페인이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67년 투표에서 ‘영국통치’를 인정하자 스페인은69∼85년국경을 폐쇄하기도 했다.미국 의회는 지난해 3월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에게 자치령과 독립, 51번째 주편입 중 택일하도록 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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