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은 과거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어 마침내 시장개방과 개혁정책을 채택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바로 한국과 아시아의 경제적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올해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이 공동으로 발표한 경제자유화지수(2000인덱스)에서는 혼란스러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몇몇 아시아 국가는 개혁과 개방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다른 몇몇 아시아 국가는 정부의 통제와 투명성에 대한 장애를 제거하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자유화가 경제성장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는 2000인덱스의 결론에 비춰볼 때, 싱가포르나 필리핀 같은 국가들이 97년의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경제회복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이슈다.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조치들은 경제회복을 뚜렷이 진작시켰다.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계속적인 규제완화와 인플레 억제의 통화정책, 그리고 외국자본의 한국내 직접투자를 가로막는 보호주의적 조치들의 축소 등을 언명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자유화 순위는 33위. 김대통령과 그의 내각이 한국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경제국가로 유지해오기는 했지만 아직은 좀더 개혁을 해야 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상황은 복합적이다. 인덱스의 몇몇 분야에서 한국은 시장의 힘을 존중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를 허용하고 환율변동폭 제한조치를 철폐한 것은 경제회복을 촉진한 두가지 굵직한 조치였다.
그러나 인덱스 산출을 위한 자료가 최종적으로 마감된 6월30일을 기준으로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인플레가 상승세를 보였다. 인덱스에 따르면 은행과 공공부문 서비스, 심지어 제조분야에서도 한국정부의 간섭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1%를 소비해 지난해 인덱스 산출당시의 8.9%보다 높아졌다. 무역과 수입에 관한 몇가지 정책은 보호주의적이다. 계속되고 있는 몇몇 규제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외국은행에 대한 규제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과 가격에 대한 통제정책도 완화됐다. 재산권에 대한 보호조치는 여전히 잘 시행되고 있다. 투명성과 관련해 기업인들과 투자가들에게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암시장의 비중도 낮은 편이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맞은 97년 이전부터 오랫동안 어떤 정책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쟁이 제기돼 왔다.
그동안 태평양의 이쪽과 저쪽에서 모든 중요한 참고자료로 간주돼 왔던 경제자유화 지수는 일관되게 똑같은, 피할 수 없는 결론을 제시해왔다. 경제적 자유를 가장 잘 보장하는 나라가 장기적으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경제적 자유가 덜한 국가들보다 훨씬 풍요로운 번영을 구가한다는 점이다. 경제자유화 지수는 발표되기 전부터 워싱턴에 있는 아시아국가들의 대사관이나 국제금융기관들이 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의 주변국가들이나 무역 상대국들은 경제자유화의 측면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보자.
올해의 2000인덱스는 홍콩을 161개국 중 1위로 꼽았다. 올해 홍콩 관리들은 정부보유주식 전체의 매각계획을 발표해 2위인 싱가포르를 제치고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시장간섭에서 벗어난 홍콩의 사례는 매우 고무적이다. 홍콩은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가난하고 자원이 부족한 도시국가를 어떻게 번영하는 무역거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지를 입증해왔다. 올해는 국가간섭의 축소가 어떻게 경제전망을 밝게 소생시켰는지에 관한 실증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4개국이 세계 10대 자유경제국가로 선정됐지만 지난 한해 아시아에서 전체적인 경제자유는 후퇴했다. 2000 인덱스에 오른 아시아 태평양 32개국 중 오직 5개국에서 자유화가 진전됐고 대만(11위) 인도네시아(110위) 태국(46위)을 포함한 9개국의 경제자유가 후퇴했다. 중국은 낮은 인플레 덕택으로 116위에서 100위로 순위가 16계단이나 올라갔다.
세계적으로는 34개국 정부가 개방경제에 새로운 규제를 부과했으며 57개국에서는 상황이 호전됐다. 의미심장한 것은 한국의 수출시장인 중남미 국가들은 보다 개방됐고 유럽은 여전히 지구상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지역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수상 순위가 내려갔지만 시장지향형 개혁의 촉진으로 순위하락을 능가하는 많은 것을 이룩할 수 있다. 한국은 규제완화를 위한 대담한 조치를 취하고 경제의 투명성을 증진시키며 보호주의를 완화함으로써 21세기에 경쟁할 준비를 완전히 갖춘 새로운 역동적 경제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에드윈 풀너 약력▼
△미국 조지타운대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대학원 석사
△영국 에든버러대 박사
△미국 헤리티지재단 창설, 총재취임(74∼)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국내정책 자문역(81∼89년)
△미국 공공외교 자문위원장(82∼91년)
△경제성장과 세제개혁의 국가위원회 부위원장(95∼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