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대응]미국/외환시장 개입 소극적

  • 입력 1999년 12월 1일 19시 19분


미국의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엔화 초강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의 달러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강한 달러에 국가이익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늘 그렇듯이 우리는 외환시장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을 엔화에 대한 달러화 약세를 막기 위해 미국이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미국 언론의 공통된 분석이다.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美경제와 무관"분석▼

미국 월가는 현재의 환율변동이 미국의 경제흐름과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엔화강세와 유로화약세는 유로화에 투자했다가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유로화를 엔화로 바꾸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월가는 설령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으로 치솟는다 해도 달러화가 유로당 1달러의 강세를 유지한다면 오히려 외환거래가 서로 편리한 평형관계(100대 1대 1)를 이루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다.

달러화 약세는 일본의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혀 미일 무역수지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는 환율에 대한 미국의 잠재적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3.4%인 2900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상적자 늘어 고민▼

월가에서는 △경상적자규모가 이보다 줄어들지 않으면 달러화가 주요 무역상대국 통화에 대해 전반적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고 △적자규모가 GDP의 4%대에 도달하면 달러화 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본의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를 다시 올리지 않을 수 없고 기업들의 차입비용이 늘어나 미국의 전후 최장기 호황이 막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미국이 느긋하지만 계속 느긋할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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