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대응]일본/통화량 확대 극약 처방

  • 입력 1999년 12월 1일 19시 19분


일본정부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일은)이 무력감에 빠졌다. 약 4년 만에 달러당 101엔대로 치솟은 엔화가치를 내리려고 온갖 수단을 썼지만 효과가 없기 때문.

▼日銀 '돈 쏟아붓기'▼

하야미 마사루(速水優)일은총재는 1일 도쿄(東京)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긴급담화’를 통해 추가금융완화정책을 펴겠다고 발표했다. 엔화강세 저지를 위한 외환시장개입으로 달러매입에 사용한 엔자금 중 일부를 국채발행으로 회수하지 않고 금융시장에 놔두어 엔강세 압력을 막겠다는 것. 사실상의 통화량 확대다.

그는 미일(美日)정부의 추가금융완화요구를 거부해왔다. 그런 그가 ‘백기’를 든 것은 현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 미국정부는 미 금융시장으로 해외자금을 계속 유입시키기 위해 일은에 추가금융완화를 요구했다. 일본정부도 엔강세 저지를 위한 미국의 공동개입을 끌어내기 위해 미국측에 동조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은 지난달 30일 하야미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 추가금융완화를 요청했다.

대장성과 일은은 지난달 29∼30일 도쿄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고 엔을 팔았다. 이틀간 쏟아부은 돈이 40억∼45억달러. 일본은 달러당 105엔대 회복을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반짝효과’뿐이었다. 해외투자자들은 엔가치가 떨어지기 무섭게 엔을 사들여 시장개입효과를 무력화시켰다. ‘하야미 담화’가 나온 1일 도쿄시장의 달러당 엔화가치도 102엔대로 전날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美 협조안하자 당혹▼

일본은 미국이 외환시장 공동개입에 소극적인 데 당혹하고 있다. 1일에도 대장성은 미국 재무부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다만 일은이 추가금융완화까지 내놓은 터에 미국이 한없이 가만있지는 않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다.

손익분기점 ‘마지노선’을 달러당 105엔으로 보는 일본재계는 비명을 지른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일본경영자단체연맹회장은 “달러당 102엔대는 산업계가 견딜수 없는 수준이며 엔강세속도도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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