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의 합의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일본측에서 보면 이른바 ‘출구론(出口論)’의 승리를 뜻한다.
그동안 일본내에서는 수교교섭의 최대걸림돌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의혹을 수교교섭에서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출구론’과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수교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입구론(入口論)’이 맞서 왔다.
사회의 일반적 분위기로는 입구론이 우세했으나 정부와 정계는 이를 부담스러워 했다. 무라야마 전총리는 방북에 앞서 “이번 방북은 국교정상화교섭 재개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납치의혹 등 개별문제는 협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방북단이 수교교섭 재개에 가장 큰 무게를 둔 것은 북한과 아무런 대화채널도 갖고 있지 못한 데 따른 초조감 때문이었다. 유엔회원국 가운데 일본이 수교하지 않은 나라는 북한뿐이다. 특히 일본은 한국―북한, 북한―미국이 여러 채널로 협상할 때마다 소외감을 느껴왔다.
북한은 단기적으로는 식량지원을 받고 장기적으로는 전후(戰後)배상을 얻어내기 위해 일본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미국의 페리보고서와 북―미고위급회담으로 마련된 화해무드를 살릴 필요도 있다.
그러나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상당기간 밀고당기기가 계속될 공산이 크다. 92년 수교협상 중단시점으로 다시 돌아간 것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양측의 입장차이는 2일 회의에서 드러났다. 일본측은 일본인 납치의혹 해결과 북한 미사일 우려 해소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북한측은 식량지원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일본인 납치문제의 해결없이 수교협상을 재개하기로 한데 대해 벌써부터 일본국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측 수교협상의 돌파구를 여는 데는 한국 미국 중국 등 주변국가의 ‘숨은 역할’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