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貨로 환차익 노려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로버트 먼델 교수(67)는 상금 790만 크로네(약 96만 달러·약 11억5000만원)의 사용처를 이미 정했다. 건축잡지에 소개될 만큼 아름다운 저택을 개조하고 두살배기 아들 니컬러스에게 조랑말을 사주는 데 쓰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돈을 당장 인출하지는 않을 계획. 노벨 재단측에 상금을 자신의 유로화 통장에 입금해달라고 요청했다. 지금 바닥세인 유로가 반등하면 환차익을 올릴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그는 유럽단일통화 유로 출범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공로로 수상자가 됐다.
★채권 투자하다 망신
93년 수상자인 미국 워싱턴대(세인트루이스 소재) 더글러스 노스 교수는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2000일 때 주가가 과대평가됐다고 보고 상금을 채권에 투자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3일 현재 다우존스지수는 11,286.18. 그가 주식에 투자했다면 5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92년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 게리 베커 교수는 스웨덴 통화 크로네로 지급되는 상금을 달러로 찾지 않았다. 크로네가 곧 평가절상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 그러나 스웨덴 외환위기로 크로네 가치가 더 급락하는 바람에 그는 상금의 25%를 날렸다.
★전처에 절반 빼앗겨
95년 수상자인 시카고대 로버트 루커스 교수는 이혼한 부인이 이재에 더 밝았다. 부인은 89년 이혼 당시 “95년 10월31일까지 루커스가 노벨상 수상자가 되면 상금을 절반씩 나눈다”는 조항을 이혼조건에 넣었다. 루커스 교수는 그 몇주 전에 수상자로 결정돼 상금의 절반을 전부인에게 주었다. 루커스 교수는 “이렇게 빨리 상을 탈 줄 알았더라면 시한을 좀더 앞당겨놓는 건데…”라며 애석해 했다.
물론 프랑코 모딜리아니(85년 수상자)처럼 상금 전액을 주식에 투자해 엄청난 이익(본인이 밝히지는 않지만)을 낸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상금을 주식에 투자한 경제학상 수상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조사결과. 수상자의 평균연령이 69세여서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빈민구제기금 내놓아
상금 일부를 자선목적으로 헌납한 수상자도 있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98년에 수상한 인도의 아마르티아 센은 40만 달러를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빈민구제기금으로 내놓았다.
상금을 가장 요긴하게 쓴 수상자는 존 내시(71). 그는 21세였던 49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으로 94년에 수상했다. 그는 30세에 정신분열증을 앓아 직장에서 쫓겨난 뒤 커피 한잔 사마실 돈도 없이 비참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후 다시 직장을 구하고 정상적인 삶을 되찾았다.
뉴욕타임스는 경제학상 수상자도 돈을 굴리는 데는 보통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게다가 세금을 내야 하고 공동수상하면 나눠야 하기 때문에 상금이 수상자들의 인생을 바꿀 만한 금액은 되지 못한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