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 뉴라이프]영화/관객이 인물-줄거리 선택

  • 입력 1999년 12월 9일 19시 48분


21세기 영화는 컴퓨터그래픽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등과 결합해 혁명적 변화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네트워크(DEN)사는 이미 30여편의 디지털영화 시제품을 만들었다. 디지털 영화는 촬영단계부터 필름 대신 컴퓨터용 기억장치에 영상을 담는다.

그리스 출신 랜달 클레이서감독은 DEN의 프로젝트에 참여해 아서왕자의 모험을 담은 영화 ‘로열 스탠더드’를 제작했다. 그는 중세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캘리포니아주 알레타의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배우들은 무대세트도 없는 곳에서 연기를 했다. 모든 배경은 컴퓨터그래픽 전문가들이 그려넣었다. 제작비는 2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영화의 화질은 할리우드의 거대한 세트장에서 만든 작품과 비슷하다.

영화 전문가들은 21세기 전반기에 컴퓨터가 배경뿐만 아니라 배우까지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한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3D 애니메이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 이미 컴퓨터게임 분야에서는 라라 크로포트 등의 정교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실제 배우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전문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클라크 게이블, 비비언 리 등을 닮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다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쯤되면 엑스트라라는 직종은 물론 할리우드의 유명배우들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21세기 영화는 배급에서도 혁명을 일으킬 전망이다. 디지털 부호로 바뀐 영상이 인공위성이나 인터넷을 통해 극장과 안방으로 직송된다. 미국의 조지 루카스감독은 올해 ‘스타워스 에피소드1:팬텀 매너스’를 통해 이를 시도,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를 더욱 실감나게 감상하게 하는 기술도 개발된다. 로스앤젤레스 인근 산 페르난도 밸리의 포르노 영화산업단지에 있는 테이크 비비드 비디오사는 포르노필름의 내용을 가상현실을 통해 체험하게 하는 촉감전달복(服)을 개발중이다.

관객이 영화의 사건이나 등장인물을 선택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무비’도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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