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자연맹 등 9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일본의 ‘환경호르몬 전국시민단체 테이블’은 전문연구기관의 조사를 거쳐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9일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주먹밥 10개와 크로켓 10개를 2개 회사가 만든 염화 비닐랩으로 싸서 일본식품분석센터에 분석을 의뢰했다.
식품분석센터가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비닐랩을 떼어내 조사한 결과 환경호르몬의 하나인 ‘노닐페놀’이 주먹밥에서 0.5∼0.8PPM, 크로켓에서 1.6∼2.8PPM씩 검출됐다. 일본에서 비닐랩의 페놀이 식품으로 옮겨간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요코하마(橫濱)시립대 이구치 다이센(井口泰泉)교수는 “이번에 검출된 환경호르몬의 양은 대단히 많은 수준”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몇년 전 일본의 학교급식용 식기에서 검출돼 파문을 일으켰던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의 검출량은 PPM의 1000분의 1인 ppb수준이었다.
문제가 된 비닐랩을 만든 두 회사는 9일 비닐랩의 판매를 즉각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환경호르몬
생물 체내에 들어가 호르몬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키는 물질을 총칭하는 말. 학술용어로는 ‘내분비계 교란 화학물질’.
호르몬이 아니지만 비정상적 생리작용을 낳는 등 진짜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게 불린다. 밝혀진 것만도 다이옥신 등 60여종. 생식기능 이상, 호르몬분비 이상, 면역기능 저하, 암발병 확률 증가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지적돼왔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