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中 '亞太 전역미사일방어망' 반대

  • 입력 1999년 12월 10일 19시 52분


◆양국정상 공동성명

중국의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10일 “유엔헌장과 국제법의 기초 위에서 다극화(多極化) 세계를 구축하고 유엔이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강화하며 국제분쟁을 정치적인 방식을 통해 평화롭게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두 정상은 이날 베이징(北京)의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이틀간의 회담을 마치고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세계 각국은 서로 주권을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공정 평등 상호이익의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美 一極체제 비난

중―러 정상의 이같은 공동성명은 미국 위주의 일극적(一極的) 국제질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특히 “유엔헌장의 정신과 원칙을 왜곡해 다른 나라에 무력으로 압력을 가하거나 ‘인권이 주권에 우선한다’든지 ‘인도주의적인 간섭’ 등을 명분으로 국가주권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체첸사태와 중국내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비난에 쐐기를 박았다.

두 정상은 또 “일부 국가가 아태지역에서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를 구축하려는 계획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일본과 대만을 TMD에 편입시키려 하는 미국을 비난했다. 두 정상은 미국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비준거부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미국은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옐친대통령의 9일자 핵경고 발언의 의미를 축소했다. 푸틴총리는 “러시아는 미국 및 미국 지도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옐친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양국관계를 냉각기에 접어들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도 옐친의 발언에 대해 “너무 심각해지면 곤란하다”며 별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러선 옐친訪中 만류"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도 “옐친대통령의 발언이 신중한 고려 끝에 나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며 “고위급 정치인으로서 진지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옐친대통령의 부인 나이나여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중국 방문을 취소하고 병원에서 한발짝도 떠나지 말라고 애원했었다”고 말했다.

〈베이징·모스크바〓이종환·김기현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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