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이날 군 소식통을 인용해 “대규모 전투는 아직 벌어지지 않았으나 일부 병력이 시내의 몇몇 지점을 점령했다”고 전했다.
기계화 부대를 앞세운 러시아군은 개전 이후 이날 처음으로 체첸 저항군과 그로즈니 도심에서 격렬한 근접전을 벌였다.
러시아군 병력은 이날 아침 일찍 그로즈니 시내에 진입했지만 그로즈니 전체를 장악하라는 명령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나 지난주 이래 그로즈니를 완전포위한 러시아군 병력이 현재 그로즈니 동쪽 외곽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어 그로즈니를 완전점령하기 위한 대규모 진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즈니에는 2500∼3000명의 체첸 저항군과 4만여명의 시민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6일 그로즈니 시민들에게 도시에서 즉각 철수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그동안 그로즈니에 대한 포격과 공습을 계속해온 러시아군은 12일 그로즈니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 도심에서 동쪽으로 10㎞ 떨어진 칸칼라의 공항과 기차역을 점령했다. 이어 13일에는 그로즈니 북서쪽 외곽 전략요충인 스타로프롬슬로브스카야를 장악했다.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대통령과 체첸군 주력은 지난달 하순 이미 그로즈니에서 철수, 남부 산악지대에서 지구전을 펼칠 채비에 들어갔다.
러시아군이 그로즈니시내에 진입한 것은 96년 체첸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편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은 그동안 민간인 희생자가 많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러시아군의 그로즈니 진입계획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