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 주도권]버거가 올브라이트 눌렀다

  • 입력 1999년 12월 15일 19시 42분


미국 외교정책의 주도권 싸움에서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눌렀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버거가 올브라이트의 역할을 잠식해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축이 됐으며 올브라이트는 진공상태”라고 14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러시아의 체첸침공 대응,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의회비준 추진, 북한 금창리 핵의혹시설 사찰을 둘러싼 북―미협상 막후지휘를 맡은 것도 버거였다. 요즘 버거는 ‘리틀 키신저’로까지 불린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의 백악관 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와 닮았다는 얘기다.

버거의 부상은 △그가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최측근이고 △친화력이 뛰어나며 △부처간 이견조정에 탁월하기 때문. 게다가 최근 클린턴은 매파 올브라이트의 강경론에 부담을 느끼고 ‘경제안보’에 근거한 버거의 온건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이 올브라이트의 전문분야인 발칸과 유럽에서 백악관이 직접 챙기는 중국 러시아 중동 등으로 옮겨간 것도 한 원인. 국가안보회의 정책참모가 10년 전의 70명에서 99명으로 늘어난 것도 버거의 입지강화를 도왔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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