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中대륙 품으로]카지노사업 독점권 싸고 격돌

  • 입력 1999년 12월 15일 19시 42분


마카오의 정계 재계를 각각 대표하는 사람은 에드먼드 허(중국명 허허우화·何厚·44) 마카오 신임 행정청장과 ‘도박왕’ 스탠리 허(중국명 허훙선·何鴻·78).

스탠리 허는 에드먼드 허 신임 행정청장의 선친인 ‘마카오 항일투쟁의 영웅’ 허셴(何賢)과 친구간. 에드먼드 허에겐 아저씨 뻘이다. 스탠리 허는 에드먼드 허가 회장으로 있는 타이펑(大豊)은행이 자금난을 겪자 적극 도와줬을 정도로 두 사람은 친밀한 사이였다.

이런 두 사람이 이달 초 카지노사업 독점문제를 놓고 한차례 맞붙었다.

스탠리 허는 마카오에서 성업중인 리스보아 등 9개의 대형 카지노의 운영권을 독점하고 있는 마카오관광오락공사(STDM) 회장이다. 62년 카지노업을 시작해 75년 ‘도신(賭神)’으로 불리던 예한(葉漢)으로부터 카지노 사업 독점 운영권를 인수, 마카오 제4대 ‘도왕(賭王)’이 된 포루투갈계 혼혈(매카니스)이다.

스탠리 허가 카지노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마카오 국내총생산(GDP)의 25%에 이르며 STDM이 내는 세금은 마카오 재정수입의 50%를 차지한다. 그는 마카오 반환에 대비해 포르투갈령 마카오 정청으로부터 2001년까지의 카지노사업 독점권을 보장 받아둔 상태.

에드먼드 허 신임 행정청장은 2일 스탠리 허를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스탠리 허의 STDM그룹이 독점하는 카지노 사업은 곧 경쟁체제로 재편돼야 한다.”

스탠리 허 회장이 발끈해 다음날 이렇게 말했다.

“독점은 언젠가는 무너져야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독점권을 허물면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독점계약 만료일인 2001년보다 최소한 3∼5년 뒤에나 독점 폐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허―허 논쟁’은 이후 잠잠해졌으나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게 마카오인들의 중론이다. 마카오 경제회생 방법을 둘러싼 근본적인 견해 차이 때문.

마카오는 93년 이후 경제불황에 빠져 96년부터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중이다. 특히 아시아 금융위기가 시작된 97년 연간 관광객은 700만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00만명 이상 줄었다. 관광산업이 GDP의 50%를 차지해온 마카오로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경제불황에 따라 범죄단체간의 이권다툼과 유혈극도 극성을 부렸다. 96년에만 적어도 20명이 숨졌다. 범죄단체원들은 경찰과 정부 요인까지도 서슴지않고 공격했다.

5월 신임 행정청장에 당선된 직후 에드먼드 허는 불황타개책으로 트라이아드(三合會) 등 범죄조직을 강력히 단속하고 카지노사업을 경쟁체제로 개편해 서비스 질을 높여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의 대부’ 스탠리 허의 생각은 달랐다. 카지노업이 경쟁체제로 바뀌면 이권을 둘러싼 범죄단체 활동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판단한다. 또 정부가 치안확보를 위해 단속을 강화하면 마카오 관광산업을 떠받쳐온 사창업 등도 타격을 받게 돼 마카오의 경제 몰락이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마카오에서 사창업은 불법이나 정부는 이를 묵인해왔다.

‘허―허논쟁’을 중국계와 포르투갈계의 ‘세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포르투갈 총독부 시절 경제를 주물러온 포르투갈계에 중국계가 도전장을 던졌다는 것이다. ‘허―허논쟁’은 이런 측면도 있어 20일 마카오 반환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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