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에서 정치권 발탁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내년 총선 공천일정을 감안, 내년 3월 이후로 미루기로 했던 4강대사 인사를 앞당길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
김대통령과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이 몇차례 외교부 수뇌인사 원칙을 논의하면서 “정치권을 배려할 특별한 요인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사를 앞당기게 됐다는 것.
▼潘차관 3期 뛰어넘어▼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신임차관에 내정된 반기문(潘基文)주오스트리아대사. 외무고시 3기인 반대사의 발탁은 현 선준영(宣晙英)차관이 고시13회라는 점을 감안할 때 3기를 건너뛰는 셈.
반대사는 이사관 시절부터 선배들을 추월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YS 정권 시절 차관급인 의전수석과 외교안보수석을 거친 만큼 발탁인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외교부측 설명. 그러나 기획관리실장 의전장 외정실장 등이 모두 반대사의 선배라는 사실이 부담인 것도 사실이다.
반대사가 홍장관의 충주고 8년 후배라는 점도 화제다.
홍장관은 이 점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으나 김대통령이 “능력상 적임자냐는게 중요하지 그런 건 문제가 안된다”며 고민을 해결해줬다는 후문.
▼최상룡씨 이례적 발탁▼
주일대사로 내정된 최상룡(崔相龍)고려대교수는 도쿄(東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일본통으로 현 정권 출범 이후 대일관계에 있어 김대통령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해왔다. 최교수는 지난해 10월 김대통령 방일 때 동행했으며 올 6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 방한 때는 안내를 맡기도 했다. 하지만 학계출신으로 이례적으로 발탁된 케이스여서 대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지는 미지수.
반대사와 차관자리를 놓고 경합했던 이재춘(李在春)외교안보연구원연구위원이 러시아 대사에 내정된 것은 차관 탈락에 따른 배려 차원으로 보인다.
▼이홍구대사 유임 권유▼
이홍구(李洪九)주미대사는 김대통령과 홍장관이 유임을 강력히 권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홍장관은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2001년 초)까지 자리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권병현(權丙鉉)주중대사는 2001년이 정년인 점을 감안, 유임 쪽으로 기울었고 김석규(金奭圭)주일대사는 내년이 정년.
또 정년을 맞은 이시형(李時榮)주유엔대사는 선준영차관에게 바통을 넘겼고 외교부와 불화설이 나돌았던 이인호(李仁浩)주러대사도 교체됐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