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총리인 블라디미르 푸틴은 희색만면. 비록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았으나 ‘푸틴당’이라 불려온 연합당이 공산당에 버금가는 지지를 얻은데다 그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우파연합’도 선전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비교사회연구소가 19일 투표장에서 실시한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도조사는 푸틴에게 더 큰 선물을 안겨줬다. 유권자들의 50%가 당장 선거가 실시되면 푸틴을 찍겠다고 응답했다.
러시아전문가들은푸틴이체첸문제를처리하면서강력한지도력을 발휘하자 러시아인들의 애국심이 불붙어 그를 중심으로 결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우파가 약진하기는 했으나 하원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함에 따라 안도하고 있다.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도 대체로 25%대의 득표가 예상됐기 때문에 공산당으로서는 선전했다고 볼 수도 있다.
주가노프는 20일 선거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지가 17%로 떨어져 대선에서 이루어질 푸틴과의 대결은 힘에 겨울 것으로 예상된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 총리는 침통하다.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조국―모든 러시아(OVR)가 9%대의 낮은 득표로 3위에 처졌기 때문. 그에 대한 지지율도 14%로 떨어졌다. 그는 “크렘린이 관영언론을 동원해 악의적인 모략을 했다”고 반발했지만 이미 민심은 그에게서 떠난 것 같다.
이에 따라 프리마코프는 대선 후보로 나서기보다는 푸틴 또는 주가노프의 손을 들어주는 ‘킹메이커’ 역할을 강요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