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탈린탄생 120돌 평가]위대한 지도자? 냉혈한?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00분


구소련의 최고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21일 탄생 120주년을 맞아 오랜만에 러시아에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스탈린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에서도 이날 스탈린의 업적을 기리는 토론회가 열렸다. 러시아 정계의 대표적인 친북한인사로 알려진 알렉세이 미트로파노프 하원 지정학위원장은 “모스크바에 스탈린의 동상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스탈린이 없었더라면 2차 대전 당시 전유럽이 나치독일에 점령됐을 것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스탈린을 찬양했다.

그러나 스탈린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평가는 공산당 지도자들과는 다르다. 19일 실시된 총선에서 스탈린의 손자인 예브게니 주가쉬빌리가 이끄는 정당 ‘스탈린연합―소련을 위하여’는 1%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주가쉬빌리도 낙선했다. 민영 NTV는 20일 대숙청 시대의 비극을 그린 영화 ‘태양에 지쳐’를 방영해 스탈린에 대한 반감을 분명히 드러냈다.

영국의 BBC방송 등 서방언론은 현재 러시아의 체첸침공이 스탈린에 의해 비롯됐다는 해묵은 사실까지 끄집어내 보도했다. 스탈린은 44년 나치독일과 내통한다는 이유로 47만명의 체첸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켰다. 이들은 후에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강제이주 과정에서 전인구의 3분의 2가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고 이것이 뿌리깊은 반러 감정의 계기가 됐다고 BBC는 전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