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전야인 24일 밤 지구촌 곳곳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예수가탄생한도시인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의 베들레헴에는 지난해의 4배인 6만여명의 순례객이 몰려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스웨덴 케냐 쿠바 등에서 온 성가대는 베들레헴 거리에서 자국의 토속 음악이 가미된 크리스마스캐럴과 복음성가를 부르며 성탄의 기쁨을 나눴다.
각국 순례자들은 베들레헴 거리를 행진하며 새 밀레니엄에는 지구촌에 사랑과 평화가 깃들이기를 기원했다.
가브리엘 천사가 예수 탄생을 알린 곳에 세워진 성 수태고지 성당에서는 25일 0시 세계 언론의 열띤 취재 경쟁 속에 자정 미사가 거행됐다.
미사에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총리,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스페인총리,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대통령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도 참석했다.
로마 가톨릭교회 본산인 바티칸의 성베드로성당에서는 24일 오후 11시부터 3시간 동안 예수 탄생 2000년을 맞는 대희년(大禧年) 축하 예식이 펼쳐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5일 0시 직전 성베드로성당의 정문인 ‘거룩한 문’을 연 뒤 이어 자정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25일부터 2001년1월6일까지를 대희년으로 선포했다.
이날 성베드로성당은 전세계에서 온 8200여명의 신자들로 가득 찼고 미처 입장을 못한 5만여명은 성당 앞 광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미사에 동참했다.
지난해 교황 방문을 계기로 성탄절을 공휴일로 선포한 쿠바를 비롯해 58개국이 대희년 행사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 중국 방글라데시 이란 등에서도 수많은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들이 성당과 교회에서 경건하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그러나 15일 발생한 홍수로 집을 잃은 베네수엘라의 이재민 10만여명을 포함해 지구촌 곳곳에서 고통 속에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낸 이들도 많았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