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조종사 희생 추모합니다" 英주민들 헌화 애도

  • 입력 1999년 12월 26일 21시 23분


25일(현지 시간) 영국 베들라스 그린마을 마슨농장에서 열린 대한항공 8509편 승무원들에 대한 분향식 현장에는 유가족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 마을 주민들이 헌화용 꽃다발을 갖다 놓아 눈길을 끌었다.

‘우리 마을을 구했지만 자신들의 목숨을 구하지는 못한 승무원들을 추모하며.’

이 꽃다발에는 추락한 747―200 화물기 승무원들에 대한 이같은 감사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사고 직후 영국 언론들이 대한항공에 취한 싸늘한 반응과 달리 현지 주민들은 한국 승무원들이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 비행기를 민가가 아닌 공터에 추락시킨 것으로 보고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경찰관들이 갖다 놓은 꽃다발도 ‘네명의 용감한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평화로운 안식을 취하기를’이라는 글귀로 그들의 죽음을 고귀한 희생으로 기리고 있었다.

이들은 “사고 당시 비행기가 집안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굉음을 울리며 아슬아슬하게 집위를 지나 날아갔다”며 “승무원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인가를 피하기 위해 엔진을 최대한 가동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이 24일 1차 조사결과에서 “사고 현장에서 발굴된 4개의 엔진 모두가 고출력으로 가동 중이었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편 숨진 승무원 4명의 유가족 19명은 이날 구릉지대인 사고현장을 바로 올려다볼 수 있는 이곳에서 분향식을 올렸다.

유족들은 끝내 오열을 참지 못하고 소리없이 눈물을 쏟아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한편 AAIB의 책임조사원 데이비드 킹은 “블랙박스 회수와 시체 발굴 등 현장조사작업이 앞으로도 몇주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베들라스 그린〓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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