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양 4쌍둥이 성질 '제각각'…크기도 서로 달라

  • 입력 1999년 12월 27일 19시 59분


동일한 유전자를 이용해 복제한 양(羊) 네 마리의 생리적 연령과 크기 및 성질이 서로 달라 과학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 타임스가 26일 이같이 전했다.

영국 노팅엄대 케이트 캠벨 박사팀은 성숙한 양 한 마리의 체세포에서 4개 세포핵의 유전자를 추출했다. 이들 유전자를 4개의 양 난자(세포핵 제거)에 주입해 네 마리의 복제양을 탄생시켰다. 이름은 세드릭, 세실, 시릴, 투벤트.

캠벨박사팀은 97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로슬린연구소의 세계 첫 복제양 돌리의 복제 과정에 참여했었다. 이번에도 돌리 복제 때와 같은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이번 복제양 네 마리는 모두 크기와 성질이 달랐다. 같은 날 복제돼 태어났기 때문에 자연적인 연령은 같았으나 신체 각 부분의 징후를 통해 파악한 ‘생리적 연령’이 달랐으며 외모도 조금씩 달랐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이제까지 과학자들은 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개체는 동일한 개체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실험결과는 그런 믿음을 깨뜨렸다.

캠벨박사팀은 유전자는 같지만 유전자를 주입한 난자가 각기 다른 암컷 양에서 추출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난자의 세포질 등과 유전자가 서로 다른 상호작용을 하면서 조금씩 다른 개체를 만들어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일 유전자의 수정란이 배아기(胚芽期)를 거쳐 성장하면서 상이한 개체성을 만든 데는 세포질내 미토콘드리아의 어떤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로슬린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배아의 세포분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어쨌든 이번 실험결과는 체세포를 이용해 인간을 복제해도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고 선데이 타임스는 지적했다. 나치 추종자들이 아돌프 히틀러를 복제했으나 엉뚱한 인물이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브라질 영화 ‘보이즈(boys)’에서처럼.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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