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어느 나라의 카펫 직조공을 위한 호소가 아니다. 빈 소년합창단의 전 음악감독으로 캐나다에서 활동중인 지휘자 아녜스 그로스만은 최근 빈 소년합창단의 북미지역 순회 연주를 맞아 합창단 운영의 문제점을 폭로, 음악계에 충격을 던졌다.
◆前지휘자 폭로
그로스만의 주장은 ‘해외연주를 비롯한 연주가 너무 많다’는 것. 빈 소년합창단은 1년에 400회 이상의 콘서트를 소화해낸다. 96명을 넷으로 나누어 네 팀이 연주를 하지만 한 팀이 나흘에 한 번 이상 무대에 서는 꼴.
그는 “공연료로 재정을 충당하는 무리한 자립경영체제를 고집하지 말고 정부의 보조금과 민간기업의 후원금을 유치해야 한다”고 합창단 운영위원회에 촉구했다.
◆자립경영 고집 문제
그로스만은 55년부터 70년까지 이 합창단 음악감독을 맡았던 페르디난트 그로스만의 딸. 96년 빈 소년합창단의 첫 여성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커리큘럼을 개혁하고 앙상블의 질을 높이는 등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12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사임했다.
빈 소년합창단은 1498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시밀리안 1세 황제에 의해 설립돼 지난해 500주년 기념공연을 가졌다.
대작곡가 슈베르트도 이 합창단 출신.
1차대전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가 붕괴되면서 민영체제로 전환됐고, 오늘날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음악대사’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