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반 동안 식물인간으로 지내온 미국 뉴멕시코주의 패티 화이트불(42)은 크리스마스인 25일 아침 침대 시트를 갈아주려는 간호사에게 “괜찮으니 그냥 놔두세요”하고 말을 건넸다.
뇌사상태에 빠졌던 환자가 의식을 되찾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대개는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이 남는다. 화이트불처럼 ‘전기가 나갔다가 들어오듯’ 갑작스레 완벽하게 회복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고 미 ABC방송이 29일 전했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난 화이트불은 잠시 어리둥절해 했다. 26세 때인 83년 넷째 아이를 낳기 위해 병원에 들어왔는데 그새 40대가 되어 있었기 때문. 당시 그는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고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부축을 받으며 병상에서 일어난 그는 그간의 일을 전해듣더니 이내 환자복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친정어머니 한테 안부 편지를 썼다. 나흘 뒤인 29일에는 연말연시를 맞은 여느 사람들과 똑같이 쇼핑을 나갔고 저녁에는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혼자 자란 아이를 비롯해 네 아이와 옛남편을 만났다.
병상을 지킨 지 3년만에 회복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남편이 이혼했기 때문. 이후 화이트불은 뉴멕시코주의 한 요양소에서 고무호스로 연명해왔다.
가족들은 그의 기적같은 회복은 하느님이 보낸 성탄절 선물이라고 믿고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