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러대통령 사임]권한대행 푸틴총리는 누구?

  • 입력 1999년 12월 31일 21시 19분


20세기 마지막 날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전격적인 사임으로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47)는 99년 8월 총리에 지명됐을 때만 해도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푸틴은 곧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하며 러시아에서 ‘푸틴 신드롬’이 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산당 등 야당은 푸틴을 옐친이 내세운 ‘정보기관 출신의 꼭두각시’라고 폄훼해왔으나 그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아 이제는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 됐다.

푸틴은 지난해 12월20일 발표된 NTV 대선여론조사에서 50%의 지지율을 얻어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17%)와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전총리(14%) 등 예상 경쟁자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푸틴의 인기몰이는 9월 체첸에 대한 공격을 전격 개시해 러시아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시작됐다. ‘체첸 바람’은 크렘린궁을 괴롭혀온 옐친 대통령가족의 부패 스캔들과 경제파탄 등 굵직한 악재를 모두 잠재워버렸고 푸틴은 70%가 넘는 지지율로 역대 총리 중 최고의 인기를 선물했다.

96년 옐친의 선거대책 본부장을 지냈던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제1부총리가 이달초 “푸틴이 부른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말하는 등 전직 실세들까지 푸틴의 주변에 몰려들고 있다.

52년 상트페테르부르크(당시는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푸틴은 레닌그라드 국립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75년 KGB에 투신했다. 80년대말까지 독일에서 근무해 서방세계에도 정통하다. 96년 크렘린궁 총무실 부실장으로 임명돼 옐친의 눈에 들었으며 지난해 7월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국(FSB) 국장에 발탁됐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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