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봄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근호와의 회견에서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대한 승리감에 젖어 자신의 문제들을 외면해 사회정의와 인간성을 구현하는데 실패했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성장보다 분배분제 중요▼
그는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의 모순이 현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인간을 사적인 고객으로 취급하지만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문제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공적 시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전면적 지배는 곧 민주주의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것.
홉스봄은 지난해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 당시 비정부기구(NGO) 등의 격렬한 반대시위가 일어난 것처럼 21세기에는 일방적인 시장의 지배에 대한 저항운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홉스봄은 21세기에는 경제성장보다는 재화의 사회적 재분배가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상위 부자 200명의 재산이 중국의 국민총생산과 맞먹는 상황에 도달하고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산업이 선진국에 편중됨에 따라 국가간의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세기 미국의 위상에 대해 홉스봄은 미국의 지배력은 위성국가 체제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위성국들의 저항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미미한 상황에서는 영향력은 제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대국들이 세계를 통제할 수 있었던 시절은 끝나고 있으며 서구의 인권개념도 보편적으로 관철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EU간 대립조절 필요▼
따라서 강대국들은 약소국과 타협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며 강대국간의 갈등을 조절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홉스봄은 새 강대국으로 떠오를 중국이 어떤 위상을 차지하느냐 하는 것이 국제질서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며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는다면 제 3차 세계대전은 이들 나라 사이에서 촉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