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외상이 이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회담사무국에 이 문제와 관련해 무엇을 논의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8일부터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 4개국 순방에 나선 고노외상은 이들 국가 지도자들에게도 이런 뜻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문명의 대화’를 제안키로 한 것은 회담장소인 오키나와와 무관하지 않다. 오키나와가 역사적 지리적으로 아시아의 문화 및 경제활동의 교차점이었고 지금은 아태지역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면 ‘동서 문명의 대화’가 자연스레 화제로 떠오를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 일본 본토에 대해 뿌리깊은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오키나와에도 자부심을 줄 수 있고 21세기 동서양의 바람직한 협조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역할도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동서 양 진영의 문명을 둘러싼 논의는 미국 하버드대의 새뮤얼 헌팅턴 교수가 쓴 ‘문명의 충돌’이 발단이었다. 이후 이란의 하타미 대통령이 문명의 충돌이 아닌 ‘문명의 대화’를 제창해 논의가 발전됐다. 유엔은 하타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2001년을 ‘문명에 관한 대화의 해’로 설정했다.
고노외상은 “2001년 전이라도 선진국들은 ‘문명의 대화’에 대하여 어떤 식으로든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