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등 외신은 러시아군이 7일 체첸지역이 포함된 북카프카스지역 러시아 통합연방군 부사령관 겐나디 트로셰프 중장과 체첸 서부전선 사령관 블라디미르 샤마노프 소장을 경질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조치는 이들이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서의 군사작전 중지를 명령한 직후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이들의 경질은 문책성이 아니라 일상적인 전보에 불과하다”며 “군사 작전중지는 그로즈니 내의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도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방의 러시아 전문가들은 트로셰프 중장과 샤마노프 소장의 경질이 최근 결사항전에 나선 체첸군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한 데 따른 문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군사 작전중지 명령은 체첸전에서 난관에 부닥친 러시아군이 당분간의 ‘숨고르기’를 거쳐 더욱 강력한 공세를 퍼붓기 위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군사문제 전문가 파벨 펠겐하우어는 “러시아군이 최근 그로즈니에서 막대한 피해를 보았으며 그 외 지역에서도 고립 분산돼 있는 처지”라며 “그러나 푸틴이 체첸 철수 명령을 내리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나 다름 없으므로 한차원 높은 공세를 위해 준비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러시아군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러시아 언론들도 최근 체첸전에 비판적인 기사들을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친(親)크렘린 성향의 일간 코메르산트는 5일 “전쟁 사상자가 매일 급증하고 있다”며 “전쟁이 이같은 상태로 지속되면 푸틴의 정치적 성과는 ‘제로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에호 모스크비 라디오 방송도 4일 ‘병사들의 어머니 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빌려 “러시아군 사망자가 공식발표처럼 300여명이 아니라 1000여명에 달한다”며 “국제법상 참전금지 대상인 18세 이하 병사들도 투입되고 있으며 서신 왕래가 금지되는 등 전쟁 관련 정보 유통 통로가 봉쇄돼 있다”고 비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