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타임워너 합병 파장]디지털 대혁명 예고

  • 입력 2000년 1월 11일 01시 35분


미국 최대의 인터넷그룹 아메리카온라인(AOL)과 복합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의 합병은 정보획득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일대 혁명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중파TV와 케이블TV, 영화관 등에 의존하고 있는 거대 미디어업체들은 갖가지 뉴스와 엔터테인먼트를 유통시키는 통로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려고 애써왔다. 인터넷 업체들도 새로운 매체로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타임워너와 같은 ‘정보제조공장’들이 확보하고 있는 흥미있는 내용물을 얻으려고 적극 노력해왔다. 이같은 상호이해관계 때문에 디지털 시대에 정보전달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미디어업체와 인터넷 업체가 손을 잡은 것이다. 합병사는 앞으로 타임워너의 브랜드가 붙은 대량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AOL이 그간 확보해놓은 인터넷 상의 갖가지 유통망을 통해 빠르고 대량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타임워너의 계열사인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한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AOL을 통해 대량으로 유통될 수 있으며 타임사의 인쇄매체와 방송매체가 축적해온 정보는 새로운 판매로를 통해 대중에 전달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은 합병소식을 밝히면서 “우리는 그간 AOL의 사명이 인터넷을 인간생활의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공언해 왔으며 이번 합병은 이 약속을 현실로 옮기는 생애 단 한번밖에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미디어와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전격적인 합병으로 같은 업계의 다른 업체들끼리 합병하는 예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증시에서 일제히 미디어회사와 인터넷업체주식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인 인포시크와 복합미디어 그룹 월트디즈니가 합병해 고 다트컴(go.com)을 설립한 적이 있다. 이번에 합병 주체가 된 AOL은 포털서비스 뿐만 아니라 인터넷 통신, 웹브라우저 등을 아우르고 있어 규모와 파장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합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또 한가지 있다. 총매출액 268억달러, 직원수 7만명인 타임워너사가 총매출액 48억달러, 직원수 1만2100명에 지나지 않는 AOL에 ‘먹혔다’는 점이다. 이는 디지털 시대가 본격 전개되는 21세기에 있어서 기업에 대한 평가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이뤄짐을 시사한 것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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