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한국 '103人의 순교자' 기록 소장…5700쪽 분량

  • 입력 2000년 1월 12일 02시 06분


“대규모의 기록문이었다. 철저한 고증과 장기간의 꾸준한 작업에 경의를 표한다.”

로마 가톨릭교회 교황청이 한국 천주교 성인과 관련해 총 5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증언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라틴어 문학을 연구해 온 이탈리아 시에노대학 이득수교수(62)가 최근 로마 교황청 소속 바티칸 고문서보관소에 소장돼 있는 한국천주교 성인 자료를 열람해 그 개요를 시인이자 외교관인 이동진외교통상부 본부대사에게 보내옴으로써 밝혀진 것. 이대사는 이교수와 함께 한국문학작품을 번역해 유럽에 소개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교수는 지난해 12월16일부터 일주일간 라틴어로 기록된 이 자료를 열람했다. 이교수는 유럽에 있는 한국관련 문헌연구의 일환으로 이번 열람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84년 성인으로 추대된 김대건 신부 등 한국천주교 순교자 103명에 대한 기록이다. 1839년부터 1846년 사이에 순교한 신도들과 1866년부터 1867년사이에 순교한 신도들의 행적을 주로 기록하고 있다.

이 자료는 총 6권 5700페이지에 달하며 순교자들에 대한 주변인물들의 증언을 담고 있다. 이교수가 열람한 바에 따르면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선교사와 교인들이 수백차례의 모임을 갖고 증언을 모았다. 선교사들은 로마교황청의 지시에 따라 이들의 행적을 기록했다.

바티칸 고문서보관소 자료를 통해 당시 신도들의 신앙생활과 생활풍습, 선교과정 등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교회사 신학뿐만 아니라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이교수와 이동진대사의 설명이다.

이동진대사는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바티칸 한국자료 연구에 국내의 뜻있는 인사와 학자들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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