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투자주체간의 선호종목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중 외국인은 최근 2,3일간 안정적인 투자의 가닥을 잡아나가면서 조정 이후의 장세 주도권을 노리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개인은 외국인과 정반대,기관은 매도 일변도〓거래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1264억원, 4945억원 어치를 순매도하고 외국인은 293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줄기차게 사들이는 모습.
순매수 종목 구성과 날짜별 순매수 규모를 보면 세 주체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한국통신 데이콤 SK텔레콤 LG전자 다우기술 삼보컴퓨터 삼성SDI LG정보통신 등 작년말에 급등한 정보통신종목들을 집중 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상위종목은 개인의 순매수 상위종목과 거의 그대로 일치한다. 개인의 뒤늦은 추격매수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 정반대로 개인이 대량 순매도한 포철 삼성전자 국민은행 현대전자 한국전력 LG투자증권 등 가치주들은 외국인과 기관이 고스란히 받아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들이 뒤늦게 매달린 인터넷 정보통신주는 외국인과 기관의 입장에서는 이미 ‘한물 간’ 종목들. 기관의 이익실현을 위한 엄청난 매도공세를 개인들이 가까스로 막아내는 사이 외국인은 첫째주 순매도에서 둘째주에는 순매수로 발빠르게 자세를 바꿨다.
▽외국인 투자패턴, 이유있다〓외국인은 지난 2주간 작년의 투자수익을 재빠르게 현금화하고 올해 포트폴리오를 착실하게 구축했다. 순매도 1위인 한글과컴퓨터는 ING베어링증권이 7000∼1만2000원대에서 300만주를 사들여 두달만에 4배의 시세차익을 거둔 종목. 한통프리텔 터보테크 인터링크 인성정보 등도 외국인이 3∼5배 가량의 차익을 챙기고 털어낸 종목들이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씨앤아이는 W.I.카증권이 목표가격 3만8000원으로 ‘스토롱 바이’ 추천하면서 대량매집중인 성장유망종목. 미국 국방부의 그룹웨어 입찰에 들어가있는 핸디소프트도 대폭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이다. 작년 연말에 선조정을 겪은 다음 새롬기술 등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에 랭크됐다.
요컨대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의 계산은 작년에 급등한 정보통신주의 이익실현과 저평가된 성장주의 신규편입이다. 한편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은 ‘성장성 있는 가치주’, 즉 인터넷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해가고 있는 전통 우량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시장별 대응전략 차이는 거래소시장에서는 주로 연기금이,코스닥시장에서는 주로 단기펀드가 활약하고 있는 점과 관련이 깊다.
▽개인투자자 투자요령〓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외국인이 최근 조정장세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국내증시를 보는 관점이 일관되고 분명하기 때문이다”고 입을 모았다.이들의 올해 투자전략은 △기업분석이 충분히 이뤄진 거래소시장에서는 종전의 내재가치 기준에다 성장성을 감안한 종목 선택 △본격적인 종목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코스닥시장에서는 발빠른 단기대응으로 요약된다.
기관이 수익증권 및 펀드 만기도래에 따라 이익실현에 여념이 없고 개인이 ‘성장주 대 가치주 논란’에 우왕좌왕하는 사이 외국인은 자신들의 전략을 차분히 실행해가면서 시장 주도권을 차지해가고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일단 이런 외국인의 투자패턴을 눈여겨봐가면서 추격매수를 삼가고 성장성있는 가치주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