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체신부는 1986년부터 87년까지 1년동안 ‘2000년을 위한 편지’ 캠페인을 벌였다. 체신부는 편지쓰기를 권장하기 위해 당시 편지를 보내면 수신인에게 2000년에 배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약 1만5000명이 캠페인에 참여해 자기 자신이나 애인,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녀 또는 미래의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터키 체신부는 최근 이들의 편지를 약속대로 배달하기 시작했다.
터키 서북부 에디르네에 사는 고칸 발타라는 남자는 고교 시절 애인이 보낸 편지를 받고 눈물을 쏟았다. 이 편지를 쓴 지 얼마 안돼 옛 애인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어떤 여성은 남편이 숨지기 전 보낸 열정적인 내용의 편지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몇몇 사람은 미래의 자신에게 약속했던 다짐과 꿈을 읽으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수신인을 ‘터키 공화국 대통령’으로 한 편지도 31통이나 됐다. 술레이만 데미렐 대통령은 “국민이 당시 무엇을 바라고 기대했는지를 생각하며 흥미롭게 편지를 읽었다”고 말했다.
일디림 아크불루트 국회의장은 ‘오늘 40명의 대학생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른 복장을 했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쫓겨났다’는 내용으로 한 여학생이 보낸 편지를 소개했다. 터키에는 지금도 여학생들이 학교나 관청에 갈 때 스카프를 착용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가 남아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