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처가방문 네덜란드 백인, 부족 "추장 환생" 5년째 통치

  • 입력 2000년 1월 18일 20시 23분


네덜란드 정부는 암스테르담에 사는 헹크 오트(43)를 ‘실직자’로 분류한다. 그러나 그는 서부 아프리카 가나의 한 부족인 ‘이위’족 10만명을 통치하는 ‘왕’이다. AP통신은 17일 백인으로 아프리카 부족의 왕 노릇을 5년째 하고 있는 그의 사연을 전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건설현장 노무자로 일하며 임시주택에서 부인, 두 아이와 함께 지냈다. 95년 그는 가나를 처음 방문했다. 부인이 가나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얼떨결에 왕위에 오르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가나의 지리와 역사에 깊은 흥미를 가졌지만 왕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를 처음 본 마을의 한 주술사는 그의 과거를 신통하게도 낱낱이 알아맞혔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뜯어보더니 “마지막 추장이 환생했다”며 그를 쫓아다녔다. 17년 전 추장이었던 그의 처조부가 사망한 뒤 후계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워온 부족들은 그를 왕으로 추대하고 성대한 대관식을 올려주었다.

그의 ‘왕국’은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동쪽으로 70㎞ 가량 떨어진 곳으로 40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다. 그는 왕 노릇이 힘들어 암스테르담에 살면서 팩시밀리와 전화를 통해 모든 정책 결정을 하고 있다. 또 이위족의 발전을 위한 기금 모금 활동을 한다. 왕국에 가면 하루종일 사람들한테 시달려야 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데다 화장실에까지 호위병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환생을 믿지 않았던 그는 이제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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