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본 마을의 한 주술사는 그의 과거를 신통하게도 낱낱이 알아맞혔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뜯어보더니 “마지막 추장이 환생했다”며 그를 쫓아다녔다. 17년 전 추장이었던 그의 처조부가 사망한 뒤 후계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워온 부족들은 그를 왕으로 추대하고 성대한 대관식을 올려주었다.
그의 ‘왕국’은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동쪽으로 70㎞ 가량 떨어진 곳으로 40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져 있다. 그는 왕 노릇이 힘들어 암스테르담에 살면서 팩시밀리와 전화를 통해 모든 정책 결정을 하고 있다. 또 이위족의 발전을 위한 기금 모금 활동을 한다. 왕국에 가면 하루종일 사람들한테 시달려야 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데다 화장실에까지 호위병이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환생을 믿지 않았던 그는 이제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