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미국경제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뉴욕 증시는 연일처럼 최고치를 경신하지만 저명한 경제학자인 하버드대 존 K 갈브레이스 명예교수는 미국의 경기과열을 경계했다. 그는 일본 아사히신문 18일자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은 주식시장이 투기로 들떠 있던 1929년 대공황 이전과 닮았다”며 그같이 지적했다.
갈브레이스 명예교수는 ‘대공황 1929’ ‘버블이야기’ 등의 저서를 통해 주식시장이나 경기의 과열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한 바 있다. 다음은 갈브레이스 명예교수의 발언요지.
미국경제는 거품이 아니라거나 미국기업은 견실하고 인플레율도 낮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번영이나 붐이 계속될 것이라고 느끼고 있는 등 허점이 많다. 일본의 거품경제 때도 도쿄(東京)의 부동산붐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했다. 자본주의의 특징은 붐이 일어난 뒤에 파탄이 온다는 것이다. 높은 주가가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는 월가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실제로 파탄을 경험한 일본인들은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네트워크 사회의 확산으로 생산성이 높아져 인플레를 억제한다는 ‘신경제(뉴 이코노미)’론이 점차 정착돼가고 있다. 그러나 붐이 일어날 때는 이런 저런 통계를 들어 경기가 오랫동안 지속됐으면 하는 기대를 정당화하게 마련이다. 예상보다 낮은 인플레율 속에서 실업률이 극히 낮은 것도 신경제 현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런 말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지금의 상황은 1921년부터 1929년까지의 미국 번영기와 비슷하다. 1929년 대공황 직전에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고원(高原)상태에 있을 것이고 당분간은 상승할 것이라는 저명한 경제학자의 전망이 있었다. 당시는 그런 의견이 시대의 추세였고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투기적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많은 투자자가 투기를 하고 있고 투자신탁 운용자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개인투자자의 돈이 시장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
거품이 꺼지면 들떠 있던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심각한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현재 과잉소비를 하고 있지만 낭비벽을 버리고 건전한 소비생활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주가상승폭이 크면 클수록 그 반동현상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분야의 ‘과잉’이 교정될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