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는 10일 타임워너 인수를 발표하며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 게이츠는 13일 최고경영자(CEO)직을 스티븐 발머 사장에게 넘기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미 정부의 MS 분할 방침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1993년 두 사람이 워싱턴주 레드먼드의 MS 본사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이렇지 않았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케이스가 이때 게이츠를 찾아가 간절히 도움을 청했다고 17일 전했다. 폴 앨런 MS 공동창업주가 AOL 주식을 사들이며 경영권을 위협하자 케이스는 앨런의 친구인 게이츠를 찾아갔던 것. 게이츠는 이때 도움을 주기는커녕 “당신 회사의 주식 20%, 아니 전부를 매입할 수도 있다. 또 경쟁사를 만들어 당신을 매장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게이츠의 도도한 태도에 케이스와 AOL 직원들은 분노했다. 이듬해 열린 AOL 사원집회에서 게이츠를 상징하는 대형 목재 공룡이 타도의 대상으로 등장할 정도였다.
두 사람의 적대적인 관계는 1996년 밀월관계로 바꿨다. 게이츠는 케이스에게 AOL의 기본 브라우저로 익스플로러를 채택해주면 윈도 바탕화면에 AOL의 아이콘을 올려 AOL 접속을 쉽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때 케이스는 냉철하게 판단했다. 오랜 제휴관계를 맺었던 넷스케이프와 등을 돌리고 익스플로러를 채택한 것이다. 이 덕택에 AOL은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업체로 급성장했으며 후일 넷스케이프를 인수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MS와 맞붙게 됐다. 이 거래의 승자는 케이스였던 셈.
힘을 키운 케이스는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케이스는 반독점법 재판에서 MS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 밀월관계는 끝났음을 선언한 것이다. 인터넷 시장에서 두 사람의 정면대결은 불가피해졌다. 케이스는 10일 타임워너 합병 관련 기자회견에서 최대 경쟁업체로 MS를 꼽았다. 또 MS의 고위임원인 폴 마리츠는 “AOL이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