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에 콧수염을 단정히 기른 독일 출신의 프리랜서 사진작가 퍼안드레 호프만(41). 그는 “4개월간의 ‘한국탐험’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구깃구깃한 한 장의 관광지도와 500여통의 필름이 담긴 보따리를 펼쳐 보였다.
사진통신사 ‘호프만 컴퍼니’를 운영하는 그는 작품을 위해서라면 혹한의 극지와 총알이 빗발치는 분쟁지역도 마다 않는 프로 사진작가. 20년간 80여개국을 돌며 곳곳의 비경과 풍물을 카메라에 담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지오 등 세계적 사진잡지들에 기고해 온 그가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국내 한 자동차회사의 초청이 계기였다.
“외신으로 시위나 대형참사 장면을 보면서 한국은 매우 ‘부정적’인 나라로 느꼈죠.” 이런 ‘선입관’ 탓인지 한국땅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그는 무표정하고 화난 듯한 한국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길을 묻는 것조차 꺼릴 정도였다.
그러나 한 장의 관광지도에 의지해 홀로 중소도시부터 산간벽지까지 100곳 이상을 답사하며 아름다운 경관과 풍물을 필름에 담는 동안 그는 차츰 한국에 매료돼 갔다.
“충북 단양 도담삼봉의 장엄한 일출, 천지를 온통 붉게 물들인 지리산 단풍, 서해 포구의 고즈넉한 일-은 형언할 수 없는 장관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사람들의 깊은 ‘속정’을 확인하면서 이들과 맺은 따뜻한 인연이 그에겐 더 소중하다. “두달 전 전남 여수 앞바다의 작은 섬 역지도를 찾았을 때 광주리를 머리에 인 채 길을 안내해준 이름 모를 할머니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는 이들의 진솔한 삶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새벽 포구에서 생선 좌판을 펼치고 손님을 불러모으던 아낙네,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소주잔을 건네던 대학가의 젊은이들…, 전혀 낯설지 않고 정겹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자들을 볼 때 마음이 아팠다”며 “짧은 시일에 경제위기를 극복한 한국이 조만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한국정부가 외국인관광객을 위해 도로표지판 정비와 관광안내소 설치, 관리 소홀로 훼손된 문화사적지 보호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라는 당부와 함께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을 소개하는 ‘홍보사절’역을 맡을 것”이라며 파란 눈을 반짝였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