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아이오와 코커스 현장

  • 입력 2000년 1월 24일 18시 34분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에 출마한 7명의 예비후보들은 아이오와주 코커스를 하루 앞둔 23일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추위에도 불구하고 아이오와주를 누비며 막판 유세를 벌였다.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은 5곳에서 유세집회를 갖는 강행군을 했다. 고어는 특히 아이오와 주도 데모인시 셰리던가에 있는 민가 20여곳을 방문,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했다.

압도적 선두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공화당의 조시 W 부시 텍사스주지사는 워털루시 후버중학교에서 “여론조사의 승리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실제 투표장에서 한 표를 던질 때까지 방심해서는 안된다”며 지지자들에게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이날 발표된 아이오와주 최대 일간지 데모인 레지스터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고어 부통령과 부시 주지사가 양당에서 여유있게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21일 민주당 코커스 참석예상자 600명을 상대로 실시된 조사에서 고어는 당내 유일한 경쟁자인 빌 브래들리 전상원의원을 56% 대 28%로 앞서, 2∼6일의 여론조사(54%대 38%) 때보다 격차를 벌렸다. 브래들리는 최근 제기된 심장질환(부정맥) 증세가 예상보다 심각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악재로 작용해 인기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공화당 코커스 참석예상자 600명을 상대로 실시된 조사에서는 부시가 43%를 획득, 2위인 출판재벌 스티브 포브스(20%)를 역시 큰 차로 따돌렸다. 뉴햄프셔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전력투구하기 위해 아이오와주 선거운동을 포기한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유일한 흑인 예비후보로 보수주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앨런 키즈와 똑같이 8%를 얻었다.

아이오와주의 한 선거관계자는 “민주당의 브래들리 전상원의원이 이곳에서 35%이상 득표를 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역전의 계기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고어측은 23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가 발표한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50%의 지지를 얻어 브래들리(41%)를 수개월만에 처음으로 추월하자 크게 고무된 상황이다. 반면 브래들리 진영은 데모인 레지스터가 23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브래들리를 공식 지지한다”고 발표해 힘을 얻었다.

공화당의 경우 아이오와주에 총력을 기울여온 스티브포브스가 30%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지명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며 오린해치 예비후보는 5% 미만의 득표에 그칠 경우 선거 포기를 선언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시는 2위와 10%이상 차를 벌리지 못할 경우 사실상 패배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 92년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앞두고 징병기피를 입증하는 편지가 공개됨에 따라 중도포기의 위기에 몰렸으나 폴 송가스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양호한 결과가 나오자 스스로를 ‘컴백 키드(Comeback Kid)’로 부르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한 뒤 전세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24일 오후 7시(한국시간 25일 오전 10시)에 2142개 선거구에서 열리는 코커스에는 180만명의 양당 등록 당원 중 20만 명만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돼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가 빗나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브래들리는 “실제 뚜껑이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놀라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데모인(미국아이오와주)〓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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