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강태길참사관은 “쌍방이 지금까지의 회담 결과를 본국에 보고하고 다시 모이기로 했으나 언제 회담이 열릴지는 본국의 훈령을 받아봐야 알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베를린 북-미회담은 2,3 차례 회의를 가진 뒤 하루를 쉬면서 본국의 훈령을 받아 마무리 회의를 갖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이번처럼 회담 초반에 다음 회의일정을 정하지 않은 채 중단된 일은 없었다. 그래서 회담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번 회담은 워싱턴 북-미 고위급회담의 준비를 위한 것이라는 데 양측이 의견접근을 본 상태에서 열렸다. 그러나 북한측은 고위급 회담 문제와 양국간 현안 전반을 병행 논의하자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맞서 미국측도 선(先) 고위급회담 개최-후(後) 현안 포괄논의를 주장해 의견조정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의 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측은 관계개선 등 모든 현안을 워싱턴 고위급회담에서 논의하자며 고위급 회담의 일정과 의제를 조속히 합의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측은 베를린회담에서 현안 전반을 논의하자고 주장하며 고위급회담의 조기개최에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회담이 일시중단된 것은 양측이 그동안 상대측에 제시했던 카드들을 계속 갖고 있을 것인지, 새로운 카드로 바꿀 것인지를 따져 보려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22일 미국의 요격미사일 실험을 비난하면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보 방침의 재고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것이 북-미회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고위급 특사의 워싱턴 방문을 미국으로부터 좀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절호의 카드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이번 베를린 회담의 일시중단이 얼마간 지속되더라도 북-미대화의 큰 흐름을 차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