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펀드매니저 시카르트 '냉소적 투자법' 화제]

  • 입력 2000년 1월 27일 19시 14분


‘성장주 중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종목은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수익을 낸다는 것은) 낡아빠진 사업모델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한 기관투자가의 투자전략 제2조다. ‘모름지기 성장주라면 실제 수익은 내지 않아야 유망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미국 뉴욕 토크빌어셋매니지먼트 설립자이자 수석 펀드매니저로 29년 펀드매니저 경력의 프랑스와 시카르트는 이같은 반어적인 투자전략을 제시하면서 인터넷주 등 성장주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평가 등을 신랄히 비판했다.(원문은 www.tocqueville.com/brainstorms 참조)

투자 전략 제1조는 ‘12개월 전보다 70% 이상 주가가 오른 종목만을 사고 적어도 10배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판다.’

제3조는 ‘총수입의 50% 이상을 광고에 쓰지 않는 회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라’는 것.

왕년에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펀드매니저의 여유있는 냉소는 ‘제4조: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따라다니는 종목만을 살 것’이라는 데에 이르러 야유로 돌변한다. 제5조는 한 술 더 뜬다.

‘5년 전의 역사는 부질없는 얘기에 불과하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금융분석은 쓸데없는 것이 돼 버렸다. 새로운 산업에 대해서는 역사적 비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에 증권중개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간략한 보고서만 읽으면 충분하다.’ 그는 정색하며 쓴 다른 글에서 ‘투자자들의 군중심리가 성장주 주가에 거품을 불어넣었지만 성장주들의 실적이 발표되면 투자자들의 꿈이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에서 대표적인 성장주들의 작년 기업실적이 발표되면서 증시가 크게 출렁이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주장에 수긍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실적을 중심으로 돈다’는 상식과 ‘성장주는 인플레이션 없는 고속성장의 신화를 실현시켜줄 것’이라는 새로운 믿음 중 어느쪽이 맞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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