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직면한 최대 난제는 △인플레 방지 △증시 거품 제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은 정보기술(IT)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연 4%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누리면서도 물가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장기 호황에 따라 노동시장이 경직되면서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1996년의 6%대에서 지난해에는 4%대로 떨어졌다.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린스펀은 노동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임금이 인상되고 그에 따라 물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26일 상원 금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받아들여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어렵게 하는 이민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린스펀은 또 증시의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증시호황이 이어지면서 증권사의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투자자(신용대출자)가 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증시가 폭락하면 이들 투자자는 엄청나게 많은 부채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그린스펀의 딜레마가 있다. 증시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면 주가가 폭락해 신용대출자는 물론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본다. 그렇다고 해서 종전처럼 0.25%포인트씩의 소폭 금리인상으로는 증시 거품을 제거할 수 없다. 투자자들이 0.25%포인트 금리인상에는 이미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