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군사정권은 26일 충성서약을 거부한 사에드 우즈 자만 시디키 대법원장(62)과 대법원판사 5명을 경질하고 후임 대법원장에 이르샤드 하산 칸 판사를 임명했다.
시디키는 파면 직후 “나는 헌법에 따라 직무에 임한다”며 “해임됐으나 행복하다”고 밝혀 군부에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까지 충성서약을 거부한 판사는 북부 펀자브주의 고등법원 판사 2명 등 15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군사정권은 “정부 통치에 대한 어떤 법적인 도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레즈 무샤라프 육군참모총장이 이끄는 군부는 지난해 10월12일 쿠데타에 성공한 뒤 헌법을 중단하고 임시헌법에 의한 비상통치명령 1호를 발표해 현정권에 비우호적인 법관들에게 충성서약을 명령했다.
군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를 비롯한 법조계와 인권단체 등은 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고등법원 변호사협회는 “군사정권의 충성서약 명령은 사법부를 통제하려는 의도”라면서 소속 변호사들에게 27일 법정에 나가는 것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또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도 “무샤라프는 우리가 우려한대로 반민주적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파키스탄 일간지 네이션 데일리는 “이번 조치로 군사정권은 정통성에 대한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프런티어 포스트는 “군사정권의 다음 목표는 언론”이라고 경고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