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은행설립을 추진하는 모임’은 29일 도쿄(東京)에서 ‘한일은행(韓日銀行·가칭) 설립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손성조(孫性祖)도쿄한국학교이사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준비위는 2월부터 출자금 및 발기인 모집에 들어가 3월 전국발기인대회를 갖기로 했다. 5월 일본 당국에 은행허가를 신청해 12월경 허가가 나오면 내년 1월부터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은행의 자본금 규모는 1000억엔. 이를 재일한국인과 일본인으로부터 모금해 한일합작은행으로 하며 10년내에 주식을 상장하겠다는 것이 준비위가 밝힌 계획이다.
재일동포 사회의 신규은행 설립 움직임은 기존의 민족금융기관인 재일한국인 신용조합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97년부터 시작된 일본의 금융위기로 인해 이들 민족금융기관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지역별로 30여개의 한국계 신용조합이 있지만 이를 한 개로 통합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것이 신규은행설립 준비위측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이들 조합들이 이기주의에 빠져 전혀 통합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새 은행을 설립키로 했다는 것.
이 때문에 신규은행은 앞으로 기존의 부실 한국계 신용조합을 흡수 합병하면서 신용조합에서 일하던 임원과 직원들도 대폭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지금까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던 재일한국인신용조합협회(한신협)는 24일 회원조합에 공문을 보내 “새 은행 설립움직임은 기존의 신용조합이 모두 부실경영을 하고 있다는 나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새 은행 설립추진위측의 움직임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따라서 새 은행 설립과정에서 새은행 설립추진위와 기존의 신용조합과의 주도권 다툼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양측이 서로 협조하지 않으면 재일동포 사회가 양분되면서 서로 피해를 보는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