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꽃동네 회장 물러나는 오웅진 신부

  • 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5분


“음성 꽃동네를 떠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 곳에 뼈를 묻자는 거지요.”

천주교 청주교구(교구장 장봉훈주교)가 28일 단행한 사제 인사에 따라 다음달 15일자로 음성 꽃동네(맹동면 인곡리) 회장직에서 물러나 자신이 창설한 꽃동네 수도회인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로 소속을 옮기는 오웅진(吳雄鎭·55)신부는 이번 인사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꽃동네를 떠난다는 일부 보도와는 달리 자신은 이제 완전히 꽃동네 사람이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1월 4일로 최귀동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만 10년이 됐습니다. 그날 장교구장께 이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꽃동네 일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서를 냈지요. 고맙게도 그게 받아들여진 거예요.”

오신부는 음성군 금왕읍의 무극천주교회 주임신부로 발령받은 76년 당시 최할아버지를 만났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40여년 동안 동냥을 해 10여명의 병든 걸인들을 돌봐온 최할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감동을 받은 오신부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이라며 오늘의 꽃동네를 일궜다.

오신부는 수도회로 옮겨 6개월∼1년 동안 가톨릭 교회법이 정한 ‘법정수련’을 마친 뒤 꽃동네에 그대로 남아 일할 예정이며 꽃동네운영위가 추대할 경우 다시 회장직을 맡을 수도 있다.

이 수련은 영성(靈性)을 기르기 위해 주로 기도와 묵상 등을 하며 지내는 것.

오신부는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인사가 마치 내부갈등 때문인 것처럼 보도해 마음이 아팠다”며 “거듭 다짐한 대로 여생을 꽃동네를 위해 바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성〓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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