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가 요동…장기호황 끝나나?

  • 입력 2000년 1월 30일 19시 35분


미국 경제의 사상 최장기 호황은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것이며 ‘거품론’은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미 경제가 보이는 놀라운 점은 9년째 호황을 누리면서도 물가상승은 미미하다는 것이다.기존 경제학 이론에서 정설이던 ‘경제 성장률 상승→임금 인상→물가 상승→성장률 둔화’의 도식이 들어맞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은 4%대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물가상승률은 34년 만에 최저치인 1.9%였다. 지난해 실업률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4.1%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신경제’란 새 이론으로 미 경제 호황을 설명해왔다. 정보통신 기술(IT) 혁신으로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기 때문에 고성장과 저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들어 몇 차례나 주가가 요동치면서 신경제는 영원히 계속될 수 없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내 노동시장이 경직되면서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오 오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장도 “증권시장의 거품이 빠지면 기존의 경제학 이론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가 다시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주가 폭락 가능성 △천문학적인 무역수지 적자 △과소비로 인한 민간부문 부채 증가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나스닥 시장의 주요 인터넷 관련주 45개 가운데 3분의 1 이상의 주가가 올들어 50% 이상 폭락했다. 심지어 70∼80%씩 폭락한 종목도 적지 않다. 그린스펀은 특히 증권사에서 신용융자를 받아 주식투자에 나서는 투기성 투자자들이 늘고 있음을 우려했다.

또 임금인상분보다 주가 상승 덕분에 자산이 급속도로 불어나자 미국인과 기업들의 씀씀이가 헤퍼졌다.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가계와 기업부문의 부채총액은 최근 국내총생산(GDP)의 132%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적자폭은 사상 최고치를 웃돌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1월 미국은 월간 사상 최고치인 265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통상적으로 위험수위인 GDP의 3.5%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신문은 이같은 회의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제체질을 완전히 바꾼 미국이 여전히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이지만 올해 증시 거품이 꺼지면서 미 투자자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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