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안전의정서 국내영향]콩-옥수수 가격 오를듯

  • 입력 2000년 1월 30일 23시 09분


유전자조작 농산물(GMO)의 국가간 교역을 규제하는 ‘생물안전 의정서’가 국제사회에서 채택되면서 앞으로 우리 소비자는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 두부나 콩을 살 때 일반 농산물인지 GMO인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그러나 주요 농산물 수출국, 특히 미국은 “일반 농산물과 GMO를 구분해서 유통시키려면 별도 유통시설 등 비용상승을 촉발하는 요인이 많아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우리 소비자 입장에서는 콩과 옥수수, 그리고 두부 등 콩과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의 값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우 한해 140여만t의 GMO 콩과 옥수수를 수입하는 것으로 집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당국도 GMO가 얼마나 수입되는지 모른다. 이런 상태에서 시민단체들이 GMO의 위해성을 제기하자 농림부는 지난해말 부랴부랴 “우리나라도 2001년 수입농산물에 대해 GMO표시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은 1999년부터 표시제를 실시중이며 일본도 2001년 시행을 예고한 상태.

▼국제시장 곡물량 변동 수입가격 뜀박질 예상▼

당국의 이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식품전문가들은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이 일반 농산물과 GMO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유통시키기 때문에 미국의 협조 없이는 표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 의정서 채택으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등 농산물 수입국은 미국 캐나다 등 농산물 수출국에 대해 ‘수출농산물이 GMO인지 표기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결국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GMO의 수입 및 유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게 돼 GMO 통제가 한결 쉽게 된 것. 식품의약안전청도 이번 의정서 채택을 계기로 GMO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 표시제도 서둘러 실시할 계획이다.

농림부 소만호(蘇萬鎬)농산물유통국장은 “의정서채택을 계기로 GMO농산물은 식품용으로는 사용이 배제될 것이 확실시된다”면서 “그러나 유럽처럼 GMO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곳에서는 아예 사료용으로도 금지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GMO농산물이 사료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농산물 가격변화와 관련, 소국장은 또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33%, 콩의 50%, 면화의 50% 가량이 GMO이기 때문에 이번 의정서 채택으로 국제곡물시장의 곡물량이 변동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콩과 옥수수 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에서 GMO를 재배하는 농가가 줄면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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