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법원, 고속道邊주민 공해피해 배상 첫 명령

  • 입력 2000년 2월 1일 19시 21분


국가가 공익을 이유로 환경대책을 소홀히 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획기적 판결이 지난달 31일 일본에서 나왔다.

고베(神戶)지방법원은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尼崎)시 공해병 환자와 유가족 등 379명이 국가와 한신(阪神)고속도로공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오염물질 배출중지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익성 시설이라도 한도를 넘는 피해를 주민에게 주는 것은 단순한 생활방해가 아니라 현저한 위법성이 있다”며 국가와 공단은 원고중 50명에게 총 2억1000만엔(약22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또 국도 43호인 한신고속도로변 50m 이내 지역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등으로 생기는 ‘부유 입자상 물질(浮遊粒子狀物質·SPM)이 환경기준의 1.5배(하루평균 1㎥당 0.15㎎)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명령했다.

일본법원이 대기오염소송과 관련해 국가에 배기가스 방출 억제조치를 명령한 것은 처음이다. 1995년 오사카(大阪)-니시요도가와(西淀川)소송과 1998년 가와사키(川崎)소송 1심판결은 국가의 배상의무를 인정했지만 배기가스 배출중단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도로의 공익성’이 그 이유였다.

이번 고베지법 판결은 공익시설 건설이나 경제발전도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일본의 환경 및 산업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1일 사설에서 “이번 판결은 자동차 우선사회에 대한 사법부의 경고”라며 “도로건설중심의 공공사업, 유통코스트와 수송효율을 우선시해온 세제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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