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태양계 신비]금성 대규모 지각변동

  • 입력 2000년 2월 1일 19시 54분


금성은 오래 전부터 지구의 쌍둥이로 여겨져 왔다. 금성은 태양계 내의 그 어떤 행성보다 지구에 가까우며 크기와 구성, 질량과 밀도도 지구와 상당히 비슷하다. 그러나 1990년과 1994년 사이에 금성을 방문했던 우주선 마젤란호는 금성이 지구는 물론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도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마젤란호가 발견한 금성의 두드러진 특징은 표면에 충돌 분화구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혜성이나 소행성과의 충돌로 생기는 분화구가 금성에는 너무 적었고 그나마 있는 것들도 아주 최근에 생긴 것들이었으며 여기저기 널리 흩어져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예전에 있던 분화구들이 모두 사라지고 그 위에 새로운 분화구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았다.

지질학자들은 처음엔 금성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던 것 같다는 생각을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부분의 학자가 행성 전체에 걸친 지각변동설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현재 금성에 대한 논의는 금성이 지질학적으로 죽은 행성인지, 죽어가는 행성인지, 새로운 단계를 시작하는 행성인지에 집중되어 있다.

코넬대의 지구물리학 교수인 도널드 터콧 박사는 금성의 내부열이 어떤 경로를 통해 밖으로 분출되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라면서 “금성에서 행성 전체에 걸친 지각변동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만약 금성이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금성의 표면은 수천 개의 충돌 분화구로 얼룩져 있어야 하며 그 분화구들에 지질활동의 흔적이 나타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마젤란호가 보내온 영상에 따르면 금성의 충돌 분화구들은 900개밖에 되지 않았다. 학자들은 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분화구들이 겨우 3억∼5억년 동안 생성된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금성의 표면 전체를 이처럼 완전히 바꿔버린 지각변동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터콧 박사는 금성의 지각이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점점 두꺼워져 열을 행성 안에 가둬버리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이처럼 땅속에 갇혀 있던 용암이 어느날 행성 전체에 넘쳐흐르면서 거대한 지각변동을 초래했으리라는 것이다. 터콧 박사는 지각이 두꺼워져 열을 가뒀다가 용암이 한꺼번에 분출된 뒤 다시 지각이 두꺼워지는 현상이 금성에서 주기적으로 되풀이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 터콧 박사의 의견에 반대하는 로저 필립스 박사(워싱턴대)는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은 화산활동이 점진적으로 조금씩 금성의 표면을 바꿔놓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 지질학 연구소의 제럴드 셰이버 박사는 임의적으로 일어나는 화산활동을 통해 행성의 표면이 균일하게 바뀌는 메커니즘이 태양계 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71696sci-nasa-venu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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