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스틸 대통령은 이날 외르크 하이더 자유당 당수, 볼프강 쉬셀 인민당 당수와 1시간 30여분 동안 회동한 뒤 “양당이 제시한 정책구상들을 좀더 면밀히 검토한 뒤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3자회동은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극우연정 출범에 강력히 반대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그러나 3자 회동후 하이더 자유당 당수와 쉬셀 인민당 당수는 연정구성 협정에 서명하고 연정 출범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쉬셀 당수는 기자회견에서 “클레스틸 대통령이 정책을 검토한 뒤 연정출범을 승인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의 극우 및 보수 계열 정당 지도자들도 이날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 수호 협정에 서명, 자유당의 연정 참여를 뒷받침했다.
이에 앞서 오스트리아 극우 연정 출범 움직임에 대한 반발과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랐다. 2일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는 1만5000여명의 시민이 클레스틸 대통령 집무실과 인민당 당사 앞에서 극우 연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오스트리아 지식인과 예술인들은 클레스틸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극우연정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의회(재적의원 626명)는 3일 긴급회의를 열고 “자유당의 연정 참여는 유럽에서 극우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비난 결의안을 찬성 406, 반대 53표의 압도적 지지로 채택했다. 당초 결의안에는 오스트리아와의 관계단절이 포함됐으나 삭제됐다. 그 대신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오스트리아의 향후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도록 했다.
미국은 자유당의 연정참여가 최종 결정되면 오스트리아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조 록하트 백악관대변인이 2일 경고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극우 연정이 EU의 기본적 가치를 어기면 정치적 관계 단절 이상의 추가 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EU 의장국인 포르투갈은 다음달로 예정된 조르제 삼파이오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방문을 연기했다. 루이 미셸 벨기에 외무장관은 “빈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일 새벽 폴란드 남부 크라코프의 오스트리아 영사관은 계란세례를 받았다.
<윤양섭·이종훈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