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맹폭…중동평화 먹구름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1분


중동지역에 포화가 다시 번지면서 최근 활발했던 평화협상의 열기가 싸늘히 식어버렸다.

이스라엘은 레바논내 과격 이슬람원리주의 게릴라 헤즈볼라가 지난 2주간 이스라엘 병사 6명을 살해한 데 대한 보복으로 8일 레바논을 두차례 맹폭했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공습은 1996년 이후 최대규모.

공습직후 헤즈볼라는 피의 보복을 다짐했고 레바논 정부도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이스라엘측과 평화협상을 해온 시리아도“중동평화를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스라엘은 8일 새벽 전폭기를 동원해 베카계곡의 바알베크 인근 헤즈볼라 거점과 베이루트 동부 등 발전소 3곳을 폭격했다. 민간인 18명이 다쳤고 레바논 전역이 정전됐다. 몇시간 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진지에 로켓포를 쏘아 병사 1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이날 밤 2차 공습에 나서 헤즈볼라 기지인 이클림 알 투파 고지와 티레지역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추가공격에 대비해 접경지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일단 헤즈볼라에 대한 보복이지만 시리아를 겨냥한 것이라고 AFP는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내에 3만여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시리아가 헤즈볼라를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대화를 통한 평화추구는 당분간 뒷전으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4년만에 재개된 이스라엘과 시리아간 평화협상이 깨질 위험에 처했다. 중동평화회담의 다른 축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협상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팔레스타인은 7일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전면중단하고 이슬람원리주의 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압델 아지즈 란티시를 석방했다. 또 9월 독자적인 팔레스타인 국가수립을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13일까지 평화협정 기본틀을 마련하려던 계획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8일 이스라엘의 공습에 우려를 표시하고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은“이스라엘이 1996년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레바논과 합의한 휴전안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휴전감시위원회 소집을 촉구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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