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는 약간 모자라는 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미학과)’ ‘사람과 원숭이의 차이는 치마길이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생물학과)’ ‘원고는 흑심을 품는 자이지 미니스커트가 아니다(법학과)’ ‘긴치마, 짧은 치마, 미니스커트가 공존하는 게 바로 민주집중제다(정치학과)’ ‘학교당국의 조치는 선글라스와 검은색 팬티스타킹의 소비를 진작시킬 뿐이다(경제학과)’.
▼西方사회 유행 곧바로 '수입'▼
중국에 서방세계의 유행이 본격 상륙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정치적 관용의 폭이 커지고 외국인과의 접촉이 잦아지면서 중국인들도 세계의 유행에 휩쓸리게 된 것이다.
98년 전세계를 휩쓸었던 다마곳치는 중국에서도 이제 한물 지나갔다. 지난해부터는 일본의 ‘포케몬(포켓몬스터)’이 중국의 ‘샤오황디(小皇帝·한자녀 정책 이후에 출생한 아이)’ 사이에서 유행했다.
최근에는 DDR도 대유행이다.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 전자상가나 바이나오후이(百腦匯) 같은 컴퓨터용품 상가는 말할 것도 없다. 란다오(藍島) 시단상창(西單商場) 등 서민들이 즐겨찾는 백화점에서도 DDR매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행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구매력이 뒷받침된다는 얘기다. 작년말 중국 여론조사기관이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전국 14개 도시주민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도시주민 1인당 연평균 소득은 9850위안(약 138만원). 98년 중국 전체 도시주민 1인당 연평균 소득 5400여위안(약 76만원)의 거의 2배가 됐다.
이같은 소득증가에 따라 사람들의 씀씀이도 커졌다. 지난 ‘춘절(春節·설)’때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서는 설을 쇠기 위해 은행에서 인출한 예금액수가 전년에 비해 3배나 늘었다고 한다.
광저우의 신다신(新大新)백화점에서는 춘절 당일 물건을 사러온 손님들로 10층짜리 건물 전체가 발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전자용품 매장은 손님들이 다투어 사가는 바람에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마치 빼앗기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 백화점 총경리는 털어놓았다. 이 백화점은 올해 1월 이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나 늘어났다고 한다.
▼예금인출 1년새 3배나 증가▼
겨울철 관광명소인 하이난다오(海南島)도 지난 춘절 기간에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 기간에 이 곳을 찾은 사람은 무려 30만명. 이 때문에 호텔방이 동이나 평소 100∼200위안(약 1만4000∼2만8000원)이던 방값이 10배로 뛰었다. 그것도 선불이 아니면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중국은 소비 폭발시기를 맞았다. 지난 20여년간에 걸친 개혁개방의 성과다. 과거에는 값이 비싸 엄두도 못냈던 가전제품들이 중국 기업들의 대량생산과 치열한 판매전쟁 덕분에 손쉽게 살 수 있는 상품이 됐다. 1000위안(약 14만원) 대로 떨어진 컬러TV는 이번 춘절 때 농촌 친척들에게 보내는 선물용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정부도 주민들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2년간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시켜 디플레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공무원들의 봉급을 30% 인상했다. 올해초 주룽지(朱鎔基)총리는 앞으로도 공무원들의 봉급을 매년 인상, 2002년말까지 현재 봉급의 2배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비진작을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해 금리인하와 함께 이자소득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돈을 은행에 쌓아놓지 말라는 뜻이다. ‘팡가이(房改)’로 불리는 주택제도개혁도 실행했다. 도시주민들은 임대형식으로 살고 있는 주택을 저금통장을 헐어서라도 매입해야만 하게 됐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부터 서부지역 개발 등 대규모 공공사업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돈을 풀 작정이다.
▼정부도 앞장서 민간소비 유도▼
이런 정책들에 따라 은행에 잠겨있던 돈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98년말 현재 도시주민들의 은행예금은 총 5조4000억위안(약 756조원). 이 돈이 인출되기 시작했다. 구매력 폭발의 또다른 요인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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