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새로 나는 3·1절 무대위의 '韓日화해'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2분


3.1절을 맞아 한일 간 문화공연 교류를 통한 화해가 시도되고 있다. 일제시대의 어두웠던 과거를 소재로 한 연극이 일본관객을 상대로 공연되는가 하면, 일본의 전통극이 한국 판소리와 만나 국내에서 합작 상연되기도 한다.

극단 고향의 ‘메이드 인 저팬’(김정숙 작, 심재찬 연출)은 이토오 히로부미의 양녀로 철저한 밀정교육을 받은 후 평생 일본의 한국 침략 앞잡이와 군사 첩보원으로 일해왔던 여인 ‘배정자’의 삶을 그린 연극.

배정자의 드라마틱한 삶을 중심으로 고종, 이토오 히로부미, 을사5적, 안중근의사 등 일제시대의 한반도 정세를 실감있게 그려낸다.

국내 작품으로는 드물게 일본어자막이 도입된다. 극단 측은 “일본인 단체관객이 관람 후 과거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서로 화해의 손을 내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 3월1∼1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수 7시반, 목∼일 4시 7시반. 1만∼2만원. 02-766-8679

또 3월1∼5일 일본 도쿄의 한국 YMCA회관(2.8극장)에서는 한일합작 공연 ‘총검과 처용무’가 공연된다.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이반교수가 희곡을 쓰고, 우치다 도오루(內田 透)가 연출하는 이 작품은 3.1운동 중 일본 군인들이 한국에서 저지른 만행인 ‘제암리 교회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일본 극단 소속의 중견배우 11명이 출연하며 한국의 김청란씨가 처용무를 춘다.

연출가 우치다 도오루는 “역사적 진상에 대한 객관적 인식만이 한(恨)의 춤을 이해할 수 있고, 참된 이해가 이뤄지는 곳에 화해의 춤이 있다”며 “한국의 3·1 독립운동을 잘 모르는 일본 젊은이들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데 연출의 1차적 목표를 두었다”고 말했다. 02-397-7192

28∼29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는 한국의 판소리와 일본 오사카 고전극이 만나는 한일합작공연 ‘소네자키신주’(曾根崎心中) 가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300여년 전 일본 오사카에 있는 소네자키텐진의 숲 속에서 실제로 있었던 남녀의 슬픈 동반자살 사건을 극화한 서정적인 작품.

‘신주(心中)’란 ‘궁극적 사랑’을 얻기 위해 자살도 불사하는 일본인의 정념의 세계를 표현한 말. 1998년 서울 국립중앙극장에서 ‘아들’이란 작품을 소개한 바 있던 치카마스(近松)극장의 두 번째 한일문화교류 공연이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국립국악원 단원이 함께 출연해 판소리를 이용한 공연을 펼친다. 2시 7시. 무료(주한 일본문화원에서 초대권 배부). 02-3452-5998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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