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대혼잡 책임져라" 홍콩갑부 리자청 구설수

  • 입력 2000년 2월 27일 19시 44분


홍콩의 세계적 갑부 리자청(李嘉誠) 허치슨 왐포아그룹 회장(72)이 자신의 엄청난 영향력 때문에 예기치 않은 비판대에 올랐다.

그가 대주주로 참여한 홍콩 벤처기업 톰닷컴(TOM.COM)의 주식 공모과정에서 벌어진 대소동 때문.

톰닷컴의 주식공모에는 배정된 물량의 2000배인 150만건이 접수돼 홍콩 주식공모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특히 신청 마지막 날인 23일 접수처인 홍콩상하이은행의 각 지점에는 모두 50만명(경찰추산 30만명)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주요 도로의 교통이 끊기는 등 대혼잡 사태를 빚어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격노한 둥젠화(董建華) 홍콩 행정장관은 도널드 청(청인취안·曾蔭權) 재정사장에게 ‘톰닷컴 사태’의 진상보고를 지시했다. 홍콩 신문들도 이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그의 이름값이 엄청난 만큼 부작용도 컸던 셈.

일간지 명보는 25일 사설에서 “홍콩의 명예가 실추되고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다”며 증권감독위 등 당국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 신문은 또 톰닷컴의 창업 및 공모 과정 등에 대해 증권가에 나돌고 있는 특혜설의 진상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리회장은 이번 사태이후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개인 재산만 1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그는 지난해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부호 10위에 올랐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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